12/12/2015
리플을 언제까지 하냐고 친구들이 물어올 때마다
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맥빠지는 소리로 했던 대답이 있어요.
"1년은 버텨봐야지"
하도 많이 묻고 그래서 부단히도 답해야 했던 그 "1년"이 어제를 기점으로 지나게 됐어요. 1년이 뭐라고 메르스 터지고 한여름 수익이 정말 없을 때도 꾸역꾸역 자리를 지켰고, 불경기에 알바 투잡을 뛰면서도 그 자리를 버텼네요.
수익도 별로고, 시간은 1년이 지났어요. 하지만 "1년을 버텨보자"는 다짐과 선택은 옳았던 것 같고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. 1년이라는 시간동안 리플 매대 공간에서 겪은 브랜딩,사업,장사 경험, 희노애락의 감정, 깊은 사색, 일적인 감각, 애틋한 관계들은 그야말로 돈과 시간이라는 얄팍한 숫자로는 따질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거든요. 덕분에 많이 배웠고, 익혔고, 자라서 앞으로 뭘 해야할지 더 뚜렷하게 보이고, 추억이라는 훌륭한 보물을 얻어 언제 어디서든 되돌아보며 웃음지을 수 있게 되었어요.
리플은 곧 사라집니다.
하지만 저는 그 공간에서 다른 드라마를 만들게 될 꺼에요.
여름에 장사가 안돼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오전에는 알바를 하며 투잡을 하게 되었는데, 마침 그곳이 떡볶이 인터넷 가게였고, 또 마침 그곳 사장님이 자신의 브랜드로 오프라인샵 1호점을 내고싶었다네요. 일을 한지 며칠이 지난 후 사장님은 저보고 투자해줄 테니 아이템 브랜드를 바꿀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저는 또 며칠이 지난 후 해보겠다고 답했어요.
1년중 9개월 가까이 혼자 일하다보니 고인 물에 메여 발전의 한계가 온 것 같기도 하고, 와플은 시스템이 허술한 데 반해 그곳은 더 체계적으로 잘 돌아갈 꺼 같고, 그래서 시간과 노동을 아낄 수 있게 되고, 9년차 사업을 하고 계신 사장님께 배울 점도 많을 것 같고, 취향 타는 와플과 달리 떡볶이는 대중적으로 잘 찾을 꺼고, 전부터 말했던 "1년"은 버텼으니 새로운 변화가 반가웠어요.
몇몇 친밀한 단골분들이 노골적으로 아쉬워하고 만류하기에 저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, 좀 더 크게 보면 바꾸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.
그동안 리플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
특히 리플을 꾸준히 찾아주신 몇몇 vip님들은 정말 제 꿈에 언제 어떤 역할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까운 관계를 가진 것 같아요. 1년을 버티자에서 "버티자"를 물질보다 심정적으로 가능하게 해준 분들이 vip님들이에요. 감사합니다.
또 멀리 부산,진주에서 굳이 건대 리플에 들려준 친구들. 서울 먼 동네 살아도 여기까지 와준 친구들. 여기서 이렇게 만나는 게 신기하고 반가웠고 고마웠고 등등ㅋㅋㅋ
리플은 아마 12월 말에서 내년 초쯤 사라질 예정이니
그때까지는 그래도 많은 이용을 부탁드려요 :)
재료 소모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뿌릴지 모르니깐 참고하시고~
-2015년 12월 12일 리플 대표 김신항 씀-
ps.사진 안찍은 친구들 아쉽군..